위험한 발상 5.18 특별법

김동환 변호사

일부 야당과 사회단체들이 5.18관련자들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그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의 구테적인 내용을 널리 밝힌 바가 없어 낱낱이 따져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대체적인 줄거리는 5.18관련 피의자들에 대하여 검찰이 기소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것이 잘못된 것이며 그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하여는 새로운 입장에서 사실을 조사하고 법률적인 평가를 하여야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그러기 위하여는 통상적인 검찰조직에 그 법무를 다시 맡길 수 없으며 독립된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라고 짐작된다.

나아가 독립된 특별검사가 사실조사를 새로이 하느라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 분명한데 5 · 18 관련혐의 사실에 대한 현행 형사소송법에 의한 공소시효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얼마 남지 아니한 지금의 시점에서 그 공소시효 기간에 얽매인다면 다시 시작을 해 보아야 특기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없을것이 분명하니 그 사건에 관하여는 공소시효기간을 연장하거나 없애버려서 특별검사가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인 듯하다.
 

죄형법정주의가 무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특별법제정 주장에 대하여는 여러 각도에서 각각 다른 견해가 나을 수 있을 것이며 결과적인 당부당에 관하여도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공소시효기간을 연장하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점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

대한민국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선언한 것이며 이와 같은 원칙은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수호하는 방패인 것이다.

모든 국민은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행위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적법한 것이냐 위법한 것이냐 처벌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 처벌을 한다면 어떠한 처벌을 할 것이냐 그러한 처벌은 언제까지 가능한 것이냐 하는 것들이 명백하게 법률에 정하여져 있는 것이며(죄 형법정주의), 그러한 법과 제도를 전제로 국민들은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고 범죄가 된다면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또 그러한 처벌이 언제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히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상상한다면 우리는 하루도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가 무시되고 형벌불소급의 원칙이 아랑곳 없는 체제라면 이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리에서 국제연합이 주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5조도 이와 같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이러한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수호하는데 불가결한 것으로 모든 국가와 개인은 이를 존중하여야 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주의 국가라면, 또 이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이와 같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바탕으로 법률생활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공소시효연장은 형벌불소급원칙 위배

이제 5 ·18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여 그 사건에 관한 공소시효의 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이다.

행위당시에 예상하지도 아니한 법률을 제정하여 행위자에게 불이익과 불안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법적 안정성에 대한 타격일 뿐 아니라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흑은 5.18관련 행위와 같은 것에 대하여는 그러한 원칙의 적용을 배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법률은 엄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달리 해석되거나 적용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든 법률앞에 평등한 것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원칙이다

비록 그 잘못이 크다 하더라도 공소시효기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법률이라면 어떠한 경우이건 어떠한 사람이건 평등하게 적용을 하여야 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원리이며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리 적응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법치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공소시효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특별입법은 수긍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특별검사제의 도입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특별입법에서 채택하려 하는 특별검사제도라는 것은 그 내용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 없다.어떠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누가 선택 인용하고 그 사람에게 어떠한 대우를 하며 어느 수준의 보조기관을 제공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한다는 것인지 또 그 특별검사가 수사를 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국가기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될 것인지 그 업무수행능력이나 도덕성게 결함이 있는 경우 해임을 할 수 있는 것인지‥‥등등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에 따르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허다하게 예견이 되며 이러한 문제들은 얼른 보기에 사소한 듯하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검토와 대책이 없이 듣기 좋은 말로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라면 일단 주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여 행사하고 수사와 소추에 관한 권한을 검찰로 일원화한 것은 나름대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권의 행사가 적정하지 못하다면 그 부당함을 다루는 절차와 방법 또한 제도로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 재항고 절차가 그것이며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정신청절차가 그것이다. 나아가서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헌법소원절차도 검찰권의 부적정한 행사에 대한 시정절차로 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특별검사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모든 국가기관의 처분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전제라면 특별검사라는 기관에 의한 처분은 어떻게 신뢰성이 보장된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아니할 수가 없다.

오랜 경력과 방대한 조직을 갖춘 국가기관(검찰, 법원, 헌법재판소)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결과를 신뢰하지 아니한다면 특별검사라는 임시적인 기관이 그나마 임시적인 보조기관밖에는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확하고 타당한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선뜻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와 시법체제를 달리하는 미국의 경우 간혹 특별검사제를 채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검찰조직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휘명령권한이 있는 사람 또는 기관을 대상으로 수사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정되는 것임을 감안할 때 5 · 18 관련자들이 지금의 검찰조직에 대하여 직접 명령하거나 지휘할 위치에 있지 아니함이 명백한터에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하여 특별검사라는 생소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선뜻 동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별검사로 임용된 사람이 자칫 판단을 잘못하거나 정치적인 영향을 받거나 또는 잘못 형성된 세론의 영향을 받아 사건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나갈때 그 사람이 현존 검찰조직과는 독립된 기관인 까닭에 누구도 그러한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 잡을 수가 없게 될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국가의 형벌소추권이 궤도를 벗어나 마구 달리는 것은 또다른 고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별걸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경우 앞으로 다가올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하여 정치세력의 향배에 따라서는 빈번하게 특별검사제를 활용하게 될 것이 예상되며 이러한 결과는 나라의 형사소추권을 이원화하는 지극히 염려스러운 사태에까지 이를 염려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공소시효기간의 연장이나 특별검사제도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법률적 제도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것으로 쉽사리 동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이라는 것이 자칫하면 어떤 특정세력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방편이 되거나 또는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처리라는 참으로 염려스러운 방향으로 변질될 염려가 적지 아니한터에 신중하고 상세한 검토없이 정치적인 논리에 밀려서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하여서도 동조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별법은 위험한 발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언론을 통하여 논의되는 것은 5 ·18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전제하에 그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그러한 주장이 정당하니 특별법제정도 으례껏 정당한 것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논리가 힘을 더하고 있는 듯하다.

검찰의 결정이 옳으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소시효의 연장과 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이라는 문제는 그 문제와는 별도로 따로 떼어 논의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결정에 대한 당부당 논의에 휩싸여 나름대로의 중요성이 가리워지고 있다는 것이 지극히 걱정스러운 것이다.

나라의 법과 제도는 장구한 세월을 두고 논의하면서 조금도 빈틈이 없이 마련되어야 하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나라의 기본적인 질서에 배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하여 편법으로 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은 적어도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삼가야 할 위험스러운 발상인 것이다.

일부의 야당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나서는 것은 정치적인 동조세력을 규합하여 특정한 목적을 이룩하겠다는 정치적인 활동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세에 몰려 특별법을 현실로 제정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라의 법질서를 크게 흔들어 놓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혼란과 불안정을 조성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것을 명백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나라와 국민생활의 안정을 바라고 민주주의의 확고한 정착을 기원하는 국민이라면 5 18 특별법의 제정이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것이라는 것을 곰곰이 따져보고 이에 대한 찬반의 태도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 위 기사는 한국논단 1995년 12월호에 실렸던 기사임.

 

5·18특별법의 위헌성
질문 포인트
* 공소시효기간을 연장하는 5·18특별법은 어째서 죄형법정주의 위배되는가?
* 공소시효연장은 어째서 형벌불소급원칙에도 위배되는가?